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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10 - 그렇게 바라던, 그러나 예상치 못한 엔딩

Q1 2009. 10. 25. 12:07
이거 3년 전에 카디날스 우승할 때 썼던 말인데...(http://sceptre.egloos.com/) 오늘도 결국 이 말로 시작할 수 밖에 없을 꺼 같다.

그렇게 바라던, 그러나 예상치 못한 엔딩이었다고...

나로또가 끝낼 줄이야... 로또 대박, 인생 한, 아니 두방이라고.
6회초 2점 내주면서 5-1로 벌어졌을 때의 그 시점에서 7회말 5-5 상황까지 정말 지옥 밑바닥에 내려갔다가 천당 한 발 앞까지만 갔다가 다시 주저 앉아 버리는 듯한 심리 상태.
6회말에 투런 때려서 자지도 못하게 희망고문을 한 나로또가 너무 미웠다. 그 때가 새벽 3시 넘어 4시를 향해 달려갈 시점. 질꺼면 그냥 나 좀 자게 해줘.. 뭐 이런 심리였달까?



지난 한 시즌 돌아보면 4월 중순 꼴찌에서 헤매던 그 때에 시작해서 8월 미친 듯한 폭주 끝에 9월 SK의 19연승 탓에 위태위태 살얼음 1위 행보. 그리고 16경기 중 9경기만 이기면 우승이 확정되는 여유 있던 상황에서 어느새 남은 일곱 경기 중 여섯 경기를 이겨야 우승이 확정 되는 상황까지 다시 몰렸을 때. (매직 넘버 맞게 기억하고 있나 모르겠다만.) 그러나 결국 막판 7연승으로 1위 수성을 성공했을 때. 그 짜릿함, 그리고 안도감. 지난 2번과 같이 또 2위를 했다면, 올해도 역시 KS에 오르지 못했을 꺼 같았더랬다.
 
96년 해태도 4월 꼴찌에서 시작해서 여름 질주 해서 1위를 해냈지만, 9월에 이렇게 막판에 조마조마하진 않았던 것같다. 팀타율 8위의 물방망이 팀이었어도, 4차전 정명원에게 노히트노런을 당했을 때에도, 선동열이 없으니 힘들긴 힘들구나 했지, 그래도 질꺼라곤, 현대가 우리보다 잘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3패에 몰린 타이거스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역시나 4차전 8회에 한 점도 못 쫓아가고 결국 9회에 2점 쫓아가서 3:2로 졌을 때가 시리즈를 넘겨준 분수령이겠구나 싶었다.

6차전을 지고 7차전을 이긴 팀.
그것도 7차전 중반까지 5-1, 4점의 리드를 뒤집은 팀.
아마도... 없지 않을까?
내가 기억하는 97년의 플로리다는 겨우 2점을 뒤집었을 뿐이고, DVD를 갖고 있던 75년 레드삭스는 초반 3점의 리드를 못 지켰을 뿐이었다. 그리고 전설로 남은 WS 역사상 하나 있었다던 1960년의 7차전 9회말 시리즈 엔딩 walk-off의 주인공, 이거 하나 쳐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빌 마제로스키의 그 7차전 경기는 엎치락 뒤치락 하던 쫓고 쫓기던 혼전일 뿐이었다. 그 누구도 세이브도, 홀드도 못 받는 상황에서 살아돌아온 팀은 오늘 목격한 팀이 유일할 거 같다. 
 
해태가 자랑스러웠던 적은 많았지만,
사실 오늘에서야 기아가 참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