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身邊雜記

유치한 얘기

Q1 2009. 10. 20. 02:33
조금 우습고, 유치한 얘기. -아직 철이 덜 들어서 ^^;;

사실, 토요일에 보스턴에서 열린 rcKOST 집회 둘째날에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8시부터 양키vs엔젤스 경기가 무척 보고 싶었고, 그날 따라 10년전 노힛을 던지던 버넷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아서.

저녁 집회 시작 30분 전 쯤에 갈까 말까 하고 채팅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안 가냐는 후배의 한 마디에... 차마 안 가구 야구 볼꺼야-_-라고 철없는 대답을 못 하겠어서...ㅡ.ㅜ 친구들도 아니고 후배들한텐 이미지 관리 해야지 ㅡ.ㅡa 이제 가야지라고 대답하고, 거짓말은 잘 못하는 성격인지라 결국 갔다.  사실 마음 속에 계산은 야구는 8시에 시작이니깐 7시에 가서 찬양+말씀하고 나면 9시니깐 말씀까지만 듣고 돌아와서 뒷부분 한 2시간반? 3시간 정도 봐야겠다는 계산과 결심이 선 채로.
사실 제목을 보면 어떤 성경 본문을 선택할지 뻔히 보였고, 그 정도이니 내용도 전개도 뻔했... -교회를 한 두해 다닌 것도 아니고.

가끔 망각하는게, 같은 본문, 뻔한 본문 갖고 설교하실 때, 정말 은혜가 될 때가 있다는 것, 그게 목사님의 설교 실력 차이라기 보다는, 뻔히 알고 있는 말씀이고, 그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어서 라고 하고 싶다만, 전자를 완전히 배제는 못하겠다. 그리고 이왕 온 김에 머릿속에서 버넷을 지우고, 가능하면 집중하려고 했고. 그래서 그런지, 말씀이 되게 달게 느껴졌고, 그냥 끝까지 주저 앉아 있게 되었더랬다. WS도 아니고 겨우 ALCS인데... 라고 위안을 삼으며.

사실, 옛날엔 여름에 일요일에 6시반 경기하면, 청년부 예배 마치고 성경 공부 조금 일찍 나오거나, 아예 안 가거나 하고 야구장을 가기도 했다만, 그게 그나마 교회 있는 시간에도 시계 자꾸 보고 내가 말씀에 집중하는데 방해 되어서 한동안 안 갔더랬다. -올해 개막2연전 2번째 경기는 예외.- 사실 그 이유 중 하나가, 언젠가 끝까지 있다가 앞부분 놓치는 거 감수하고 갔더니... 연장 가서 난 딱 정확히 9이닝을 봤었더랬다. 사실 되게 유치한 건데, 그냥 내 수준에 맞춰서 이런 유치한 것도 다 챙겨서 돌봐주시는 모습 보고.. 반성을 좀 해서...

토요일에도 역시나.. 연장 13회말까지 경기는 지속되었고, 나는 결국 말씀이 좋아서 야구 포기하고 축도까지, 내 예상보다 1시간 정도 더 앉아 있었지만, 야구 중계는 3시간을 봤다...뭐, 결국 버넷의 투구는 1이닝 정도 봤나, 그렇지만 ㅎㅎㅎ

가끔 이런 유치한 생떼(?)에도 반응하시는 모습에 놀랍기도 하고 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유치한 생떼를 쓰는 건 안 변하는 것 같다. 자꾸 들어주시니깐 더 그러는지 몰라도^^;;;; 근데 내가 하나님 좋아서 뭔가 하면, 정말 그 대답을 어떤 식으로든 기분 좋게 들려주셔서... 헤헤. 그게 이렇게 유치한 일이여도 말이다.

+) 하긴 뭐, 좋은 말씀 듣구 와서 말씀 좋았단 얘기 하나도 안 쓰는 내 수준에 딱 맞는 응답이셨다고 보는게 ㅋㅋㅋ